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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통증, 해결되지 않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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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0:14 조회13,9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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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응급실을 통해 낯익은 얼굴의 환자를 검안하게 되었습니다. 양측 고관절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인해 인공고관절 치환을 해드린 60대 초반의 남자분으로 새벽에 응급실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 통증을 제어한 후 귀가했는데, 아침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채 응급실에 도착하였습니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 환자로 최근 5년 정도를 통증과 이차적인 관절 구축으로 인해 무릎 관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전동 휠체어를 보조수단으로 이용할 정도로 보행과 일상적 움직임에 큰 제약을 받으며, 응급실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며 약물 중독상태로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몇 달 전에 그동안 근로복지공단과의 법정 다툼에서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을 산재로 겨우 인정받아 이제야 마음 편하게 치료받게 되었다고 웃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러면서 정부에 등록되는 장애인진단에는 왜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이 등록 안됩니까?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위로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은 심각한 고통, 부종, 피부의 변화를 수반하는 치명적인 형벌에 가까운 증상의 복합체입니다. 가벼운 외상으로부터 다양한 이유로 시작되는 고통은 점차 심화되며, 미세 신경이 손상되거나 자율신경계가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경성 염증, 자극에 대한 극단적인 민감성 또는 이질적인 통증, 혈관 기능 장애, 조직 손상에 대한 비정상 반응을 특징으로 합니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비침습적 무통증 신호요법, 교감신경 차단술, 정신과 치료와 신경조절 등을 병행하지만 통증을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에는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해서 중독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빠른 진단과 치료로 인해 완치된 젊은 여성 환자도 경험하였습니다. 통증은 주관적인 감각으로 인체를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 나아지겠거니 했거나, 상처나 염증이 완전히 아물었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질병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게 됩니다. 보편적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된 통증을 만성으로 판단하며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신경에서 비롯된 통증인지, 근육이나 뼈의 문제인지, 내장 기관이 원인인지, 다른 질병의 합병증인지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만성 통증 환자 10명 중 3명은 원인을 못 찾고 있습니다. 암으로 인한 통증 환자가 환자의 30%,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 질환 같은 희귀난치성 통증이 30%, 신경관 협착증 등 신경증적 통증 환자가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10%는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같은 만성 통증 환자입니다.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을 진단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통증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될 때의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괴롭습니다. 2차적인 수입(산재, 자보, 법정 다툼 등)을 위해 꾀병을 부린다거나 예민하다는 식으로 주변에서 수군대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러한 2차 폭력이 환자들을 더 괴롭게 만들고 통증과 우울감 등이 겹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7년에 통증을 장애로 인정하였는데, 늦었지만 우리도 올해 4월부터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이 장애인으로 등록이 가능해졌습니다. 통증으로 힘들고, 모난 시각으로 서러웠던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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