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대한민국 의료의 평행선 ‘비급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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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6-03-07 13:04 조회25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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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1977년 의료보험 도입 이후 ‘저부담-저수가’ 체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고 의료기관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 즉 비급여를 허용했습니다.비급여는 본래 신의료기술이나 선택적 진료를 위한 영역이었으나, 급여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의료기관의 수익을 보전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급증하면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자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부는 비급여가 늘어날수록 국민의 실질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건강보험의 통제권 밖에서 의료 자원이 왜곡된다고 보고 ‘비급여 보고제도’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급여화를 강제하려 했습니다.
의료법에 따라 비급여는 고지·보고·설명의 3가지 의무가 있습니다. ‘고지’란 환자들에게 미리 의료기관의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고’란 매년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으로 비급여 내역·가격·시행 횟수 등을 제출(의원급은 연 1회, 병원급은 연 2회)하는 것을 말합니다.
‘설명’이란 의사가 비급여를 처방하기 전에 환자에게 비급여 항목·가격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부족하다 싶어 가장 많이 시행되는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관리급여’입니다.
의사는 의학적 근거는 충분하지만 심사평가원이 급여를 허락하지 않는 경우 ‘최선의 진료’와 ‘고가의 진료’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고 그 비용을 다 받으면, 비싸고 돈만 밝히는 병원으로 소문나게 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비급여 의료를 전혀 하지 않으면 ‘구닥다리 병원’으로 실력이 뒤처진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오히려 경영에 타격을 입는 소위 ‘샌드위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병원들이 합법적 울타리 안에서 적절하게 비급여를 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조율합니다.
현재 의료시스템 하에서 의료인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진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꼭 받아야 하는 비급여 사전동의란 단순히 ‘비급여에 동의함’이 아니라, 해당 항목의 명칭과 비용, 그리고 왜 급여 적용이 안 되는지를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또한 전자 차트나 서면동의서를 통해 환자가 선택권을 행사했음을 증명하는 데이터를 상시 구비해야 합니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모든 치료를 급여화하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발전하는 의료 기술이나 도구, 제품을 심사평가원의 지침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심사평가원이 최신 의학 가이드 라인의 속도를 따라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의학적 타당성’ 중심의 유연한 제도 설계가 환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것입니다. 비급여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국가가 책임지고, 어디까지를 개인의 선택으로 둘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의료인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절차를 준수하고, 비급여 비용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정부는 최신 의료 지견을 검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보상 체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의료의 딜레마는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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