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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관리 급여 행정 폭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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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6-03-07 13:03 조회2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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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도수치료를 필두로 관리 급여제도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려는 행태는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행정 폭거’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오직 실손 보험사의 손해율 개선과 정부의 단기적 예산 절감이라는 편향된 목적만을 위해 의료 현장에 강요된 정책입니다.

관리급여는 사실상 본인부담률 95%라는 극단적인 수치를 적용하여 비급여 항목의 의학적 필요성과 환자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강력한 통보나 다름없습니다. 

비급여는 수십년간 저수가 정책에 시달려 온 의료기관들이 운영을 지속하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숨통이었습니다. 정부는 이 숨통을 끊어버리면서 결국 의료기관들을 도산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급여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공보험 체계가 유지되는 헌법적 근거마저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대한민국은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당연히 지정되는 당연지정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함에도 불구하고 합헌이라고 판단한 주요 논리 중 하나로 비급여 진료의 존재를 들었습니다.

“의료기관은 모든 진료를 급여(보험)로만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통해 수익을 보전할 수 있으며, 이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진료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 비급여라는 안전판 덕분에 의료기관은 국가가 통제하는 저수가의 급여 항목을 수용할 수 있었고, 국민은 필수 의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그 안전판인 비급여마저 과잉 진료라는 프레임을 씌워 야금야금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안전판을 없앨 테니 계속 절벽 위에 서 있으라”는 비이성적 요구와 같습니다.

비급여 통제가 강화될수록 당연지정제의 헌법적 정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부 도수치료에서 과잉 진료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한 윤리적인 자율 규제는 의료계의 숙제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특정 항목에 대한 일방적인 통제와 말살이 아닙니다.

정부는 의료계와 합리적인 논의와 협의를 통해 조율자의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합니다. 비급여 통제에 앞서 필수 의료 및 저평가된 급여 항목의 수가를 현실화하겠다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약속을 먼저 제시해야 합니다. 

학회 중심의 적정 진료 가이드 라인 개발 및 준수 시스템을 정부가 지원하고, 의료계 스스로 비급여의 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야 합니다. 관리 급여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가격 공개 의무 강화 및 환자가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민의 건강권은 특정 보험사의 손해율을 맞추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당장 폭압적인 행정 폭거를 중단하고 의료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와의 진정한 소통과 협의의 장으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필수 의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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