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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119 구급차 이용에 대한 우리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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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2-04 08:24 조회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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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규 응급실 근무자는 아니지만, 최근 응급실 의료진 이탈로 인한 대체 근무(추석 연휴 이틀 48시간, 토요일 20시간 등)를 하면서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119 구급차 이용 실태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응급실 방문 환자 중 119 구급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하루 30여명의 방문 환자 중 10여명이 구급차를 이용했습니다. 본래 119 구급차는 응급 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국가 응급 의료 체계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감기, 몸살, 만성 질환자, 심지어는 주취자까지 실어 나르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의료진의 눈으로 볼 때, 119 구급차가 ‘콜택시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순히 “열이 많이 난다”, “통증이 심하다”, “움직이기가 힘들다”, “도와줄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119에 연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장 구급대원 입장도 난감합니다.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급 상황에서 구조·구급활동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응해야 합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기본적인 검사를 한다 해도 비응급 상황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이송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죽을 것 같이 아프다는데 왜 구급차를 안 보내주느냐?”, “시청에 민원을 넣겠다”는 등의 협박은 공무원인 구급대원의 인사 고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이 점을 악용하여 구급차를 보내 달라고 떼를 쓰거나 “어차피 공짜 아니냐”며 뻔뻔하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한 병원에서 상급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때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환자와 보호자가 무료 서비스가 가능한 119 구급차를 고집하여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송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는커녕 구급차 안에서도 별로 아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다가 교통비를 아끼려고 응급환자인 척했던 소위 ‘얌체족’들이 병원을 빠져나가는 사례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비응급 상황임을 알면서도 구급차를 부르는 사람들 때문에 정작 응급 처치가 필요한 위급 환자는 구급차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를 만들어내며, 그 당사자가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끔찍한 일입니다. 이렇듯 119 구급차를 이용해야 할 상황에 대한 일치되고 명확한 사회적 기준과 인식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응급실용 엠블런스 사용 원칙을 살펴보면, 우리의 인식 개선에 참고가 될 만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State) 및 보험 종류에 따라 세부 규정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의 핵심 기준이 적용됩니다. 엠블런스 이송이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핵심 기준은 다른 형태의 운송 수단(택시, 자가용 등)을 이용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 상태에 의학적으로 금기되거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입니다.

심장 마비, 뇌졸중, 중증 외상, 통제할 수 없는 출혈 등 현장에서 응급 처치가 필요하거나 신속한 전문 의료기관 이송이 필수적인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만 가능합니다. 환자가 침대 의존 상태이거나, 스스로 앉거나 걸을 수 없는 상태, 이동 중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특정 장비(산소 등)가 필요한 경우도 해당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비용입니다. 미국의 엠블런스 서비스는 유료이며, 비용은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에 달합니다. 응급 상황이 아니거나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험 적용이 거부될 경우 환자는 이 비용 전액을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불필요한 구급차 이용을 스스로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국내 119는 응급 상황에서 비용 부담 없이 신속한 이송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을 가집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응급 상황에서의 남용은 공공 자원 낭비와 긴급 환자의 이송 지연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현재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30조 개정법에 따르면, 허위 신고 후 구급차를 이용하고 도착지 응급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않은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의 허술함을 보강하는 것 이상으로, 구급차 이용 기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인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119 구급차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려야 할 때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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