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었다”는 말은 과연 무슨 말일까요? 이 말은 사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운영과 관련하여 병원 측과 갈등을 빚다가 사임 의사를 표하면서 이국종 교수가 한 인터뷰를 통해 일갈한 말입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서 외상 환자를 치료하다가 병원과 보건복지부의 끝없는 거짓말과 압박에 못 견딘 것입니다. 외상센터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비행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지고, 유산도 하며 버티던 피눈물 나는 과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병원과 보건복지부로 인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중증외상센터의 헬리콥터가 누구에게는 희망을 주고 생명을 살려주었지만, 정작 의료를 실행하는 본인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넘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헬리콥터 비행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뛰어넘어,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과 병원 내에서의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사용할수록 심화되는 재정 적자 구조 등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국종 교수 덕분에 전국 권역별로 17개의 중증외상센터가 생기고, 닥터헬기 시스템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중증외상센터를 떠났습니다. 그랬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최근 의무사관 후보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국내 의료체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선 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라고 표현 했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등 적국에 침범당한 사례를 언급하며, (선비들이 망쳐놓은 나라를 의병들이 일어나 지킨 역사) 이게 수 천년간 이어진 조선 반도 DNA이며,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조선의 아들 딸들은 말을 못 알아먹는다. 서울대 같은 대학병원의 나이 많은 교수들과 공무원들에게 평생 괴롭힘당하며 살기 싫으면 바이탈과 (필수의료)하지 마라.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 맞다. 전공의 고혈을 짜내서 벽에 통유리 바르는 고급 인테리어나 하고 에스컬레이터 만드는 대학병원이 적자라고 하니까 국민에게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올려야 한다고 하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개소리 취급하는 것 아니냐.”
“한 평생을 외상 외과에서 일했는데 바뀌는 건 하나도 없더라. 내 인생 망했다. 나랑 같이 외상 외과 일하던 윤한덕 교수는 과로로 죽었다. 너희는 저렇게 되지마라.”
당시 강연을 촬영하고 정확한 워딩을 기사화한 미디어는 없고, 강연을 들은 참석 군의관 훈련생들의 증언 워딩으로 만든 글이지만, 내용 전달만은 정확하리라 생각됩니다. 생명을 살리겠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온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들은 과로와 어처구니 없는 소송에 시달리며 점점 더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와 소통 없이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였고,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5조원 이상의 국고가 낭비되었으며, 보이지 않는 의료 공백 희생 환자분들이 발생한 것입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보다 이념과 구호만 앞세우는 사람들, 제도 개선과 정책 제안을 전문가가 아닌 탁상공론으로 만들어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을 모두 망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입만 터는 문과’라고 불렀던 겁니다. 정말 무책임하고, 무능하고, 능력 없고, 사고 치고, 얼굴 딱 목에 쳐들고 떵떵거리고, 책임감 없는 공무원들을 문과라고 칭했던 겁니다.
그러한 관료를 믿고 의료 현장에서 버텼던 자신의 인생을 망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나도 선배 말을 안 듣고 이 길을 걸어온 걸 후회하니까, 너희들은 내 말을 듣고 ‘탈조선하라’고 하는 겁니다. 앞으로 미래에 펼쳐질 한국 의사 수련과 의료 현장이 얼마나 암담하면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했을까? 싶은데, 고위층에서는 강제 사과를 시킨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인기 드라마였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 나오는 주인공 배우가 편당 몇 억원씩 받는 것은 아무 문제 없이 바라보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현존 모델이며 우리나라 중증외상 의료계를 구축해 오던 의사는 입도 틀어막히고,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보는 대한 민국.
답답해도 너무 답답한 심정을 후배 의사들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 기사화되었던 상황이지만, 그 속내를 알지 못하면 헤프닝이고 거친 언사로 들리겠지만, 대한민국 의료의 처참한 현실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울고 싶은 참담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