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이 판결로 대한민국 산부인과는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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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27 14:28 조회8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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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신생아가 뇌성마비로 판정되면서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가 1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해당 임산부가 야간에 태동이 약하다고 증상을 병원에 고지하고, 병원의 권유로 한 시간 만에 빠르게 병원에 도착하고, 태아의 상태를 판단하는 태동 검사(NTS)를 받았지만, 태동이 없다는 간호사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담당 의사도 병원 내 다른 동료 의사도 모두 직접 진료하지 않았고, 담당 의사는 임산부가 입원한 지 1시간 40분이 지나서야 태아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뒤늦게 응급 제왕절개술을 실시했지만, 태아는 자가 호흡과 심장 박동이 없는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응급 소생술을 시행하고,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뇌 손상에 따른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고, 법원은 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태동이 약하다는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 또는 병원에 소속된 다른 의사가 대면 진료를 했어야 했고, 그때 직접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추가로 정밀 초음파 검사 등 조치를 취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생아의 부모 등이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부모 등) 승소로 법원은 “의사 A씨가 부모 측에게 12억 5,552만 2,190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담당 의사가 임산부의 상태 관찰을 소홀히 하고 대응을 뒤늦게 한 점이 태아의 장애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임산부의 병원 도착 직후 직접 진료했다면 태동이 감소된 원인 파악 및 해결 조치가 더 이른 시기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감정한 다른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진들의 처치가 미흡했다”, “의사의 즉각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낸 것이 법원의 판결 근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친 것이 뇌성마비의 원인으, 법적 책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응급 환자를 1시간 이상 대면 진료를 하지 못한 의료진의 과실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필자도 동의합니다. 판사 입장에서는 법령의 적용을 통한 명확하면서도 사회적 규범에 맞게 증거로 판결하고 싶겠지만, 의료 소송에서는 실제 규명되지 않는 범주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부가 산과 무과실 보상금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뇌성마비는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비슷한 임상적 특징을 가진 증후군들을 집합적으로 일컫는 개념입니다. 즉, 미성숙한 뇌에 출생 시 또는 출생 후의 여러 원인 인자에 의해 비진행성 병변이나 손상이 발생하여 임상적으로 운동과 자세의 장애를 보이게 되는 임상군을 말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뇌성마비의 원인을 통계학적으로 고려하고 정상적인 임신 및 출산 진료 과정에서 태아의 절박 증상이 왜 생기는지 살펴봤어야 하며, 또한 출산 지연 외에 태아의 선천성 기형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고려해야 했습니다.
뇌성마비의 원인은 다양하며 대부분의 경우 하나 이상의 원인 인자를 가진 다인성으로 나타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20% 가량이 됩니다. 일반적인 원인으로는 산전 인자(prenatal factors), 아기가 태어날 때 발생하는 주산기 인자(perinatal factors), 산후 인자(postnatal factors)가 있으며, 이 중 조산에 의한 미숙아가 뇌성마비 발생 원인의 단일 인자 중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산전 인자는 태어나기 전에 모체 태내에서 아기가 문제가 발생한 경우로 이로 인해 조산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좀 더 면밀히 조사한다면, 미숙아에서 흔히 보이는 허혈성 뇌병증은 뇌실 주변 백질연화증을 잘 나타내므로 뇌실 주변의 하지를 지배하는 피질척수로의 손상으로 하지에 경직성 양측마비가 올 수가 있으므로 살펴보아야 하고, 주산기 인자로는 핵 황달, 저산소증 등이 보이는지를 자기 공명 영상촬영을 통해 면밀히 판단해야 합니다.
필수 의료인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 범위를 산모 사망·신생아 뇌성마비·신생아 사망·자궁내 태아 사망에서 분만 과정 중 대량 출혈이나 혈전·색전으로 인한 내과·외과적 합병증 및 장애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산부인과 학회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신생아 뇌성마비가 당연히 범주에 들어있듯이 쉽지 않은 질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병원처럼 3차 병원이라면 당연 응급센터에 산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였겠지만, 2차 산부인과 병원이라면 당직 콜 제도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반적인 분만이라면 충분히 감당하는 제도인데, 이런 응급환자라면 응급센터로 안내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진료 거부가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조율하는 것, 결국 시스템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의사들은 분만 과정 중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함에도 이를 모두 의사 책임으로 떠넘겨 천문학적 금액의 배상 판결을 내리면, 얼마 남지 않은 산부인과 분만 의사들을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9,620원) 대비 240원 오른 9,860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병원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적자를 넘어 생존을 걱정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필수 의료를 감당하는 의료진의 숫자는 점차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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