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간호법과 ‘의사면허 박탈법’ 밀어붙이는 국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27 14:18 조회82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의사와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대한방사선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 소속 조합원 2만여명이 집회를 열었습니다. 주축이 되는 야당이 간호법·의료법 제·개정을 강행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이들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지, 밥 그릇 싸움이라고 치부하지 마시고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간호법은 그동안 의료법에 포함되어 있는 간호사 업무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자격·처우 등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첫 번째 쟁점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다른 직능 협회도 같이 혜택(각 직능에 따른 법률 제정을 필요로 하고 그에 따른 업무 분장 및 중복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필요)을 줘야한다는 형평성 문제입니다. 즉, 간호법이 다른 직능에 대한 업무 침범 가능성(예를 들면 응급구조사의 병원 이전 단계 영역 침범 문제, 간호조무사의 자격 규정에 있어서 학력 상한 규제 등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점)이 농후한 것입니다.
둘째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라는 문구에서 의료기관이라는 장소를 벗어나 ‘지역사회’라는 문구와 ‘수준 높은’이라는 표현이 의사의 명령에 따른 의료행위가 아니라 잠재적 단독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같이 상정된 것이 ‘의사면허 박탈법’입니다. 내용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입니다. 타 전문 직종인 대비 의료인의 강력범죄 비율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언론에 대해 국내외 객관적 자료를 들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수도 있고, 외국에 비해 의료과실로 과도하게 형사처벌 받고 있는 국내 현황을 언급하고도 싶지만, 나의 몸을 맡기는 의료인만큼은 믿고 싶다는 국민들의 사고를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성폭행이나 마약 관련 등 사회적 물의가 되고, 누구나 더 이상 의료 현장에 있을 자격이 안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라 실수나 우여곡절 끝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라든지, 행정 범죄에서 중형 선고를 받았다고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개인적인 억울함을 떠나 위헌 요소로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범죄유형에 따른 구체적 법률 및 조항을 적시하고,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직업 자유에 대한 제한 원리에 의거해 면허발급 단계, 결격사유, 면허취소,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위반 유형 구분을 명확히 해주고, 변호사협회처럼 의료인단체 자율징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법률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의료계는 간호사 수요가 정말 많은데, 적절한 공급은커녕 간호사가 없어서 문을 닫는 지방병원도 많을 정도로 수급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신설되는 의료 분야 많은 곳에서 간호사의 손길이 필요하게끔 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충분히 가능해보이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도 간호사로 지정돼 그동안 독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 수급이 더 안될 것은 뻔한 상황입니다.
많은 단체들과 토론하고 협상하고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방법을 통하지 않고 일방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법률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의사면허 취소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파업을 전후해 민주당 의원 주도로 총 8건이 발의됐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없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기습 상정했습니다.
의료는 여러 보건의료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종합예술에 가까운 면이 있는데, 특정 직역(간호사) 이익만 대변하는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그런 협업체계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직역간 협의하여 좋은 방향으로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을 가져야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