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양주지역 야간의료 공백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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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27 14:16 조회8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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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양주시에서 양주예쓰병원은 지역 응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다가 2021년 가을에 반납하고, 현재 20개월째 낮에만 응급실을 운영하게 되어 저녁 6시 진료가 끝난 이후 다음날 아침 9시까지는 양주지역이 ‘무의촌’으로 변하게 됩니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24만 양주시민 의료환경 대수술’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기사를 본 뒤 동의도 하고, 또 한편 다른 시각도 있어서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글을 적습니다. 왜 예쓰병원이 지역 응급 의료기관 운영권을 반납하고 응급실 문을 닫게 되었는지 이유를 적어 보겠습니다.
첫째는 응급 의료기관을 운영할 정도로 이용 환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루 저녁에 방문 환자가 10명을 넘기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양주지역의 응급 환자 발생율이 낮거나,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의정부시에 큰 대학병원이 두 개나 있어서 그쪽으로 접근성이 좋으니 환자나 가족 판단 하에 바로 상급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리라 예상합니다.
또한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를 작은 병원에 들렀다가 다시 큰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응급구조 시스템마저도 큰 병원을 선호하게 되어 지역 응급 의료기관의 이용도가 낮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응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많은 인원과 재정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접수하고 수납을 담당하는 원무과 직원, 방사선 촬영을 담당하는 방사선과 기사, 혈액과 소변, 심전도 등 검사를 담당하는 병리 기사, 응급 의료기관에 상주하는 안전요원, 응급실 전담의사 한 명과 간호사 두 세명 등 총 최소 7명이 근무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모두 야간 근무이므로 시간 외 수당으로 시급이 상당히 높은데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변화로 감당이 힘들 정도로 비용이 치솟았습니다. 응급 의료 수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뻔하게 들리시겠지만, 정말 현실화가 시급한 문제입니다. 기업으로 병원을 경영하는 눈에는 환자 없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응급팀이 답답함 그 자체였습니다.
셋째는 구인난입니다. 응급실을 전담할 의사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응급실을 운영하기 위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커녕 일반 전문의도 구인 문의가 전혀 없었고, 일반 의사도 구인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는 병동 환자들을 위한 당직의도 구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응급 의료기관을 반납하기 전에도 응급 전담의가 구인이 안되었을 때는 본원 임상 전문의 과장들과 병원장이 응급실 진료를 해야 했는데, 다음날 수술과 외래진료의 차질을 고려한다면 계속해서는 안되는 형태였습니다.(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진료와 수술에서 피곤함은 오진과 의료사고로 직결할 수 있기에 휴식 없는 장시간 진료는 피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의사들의 개원 붐과 의료 수가가 낮고 의료사고가 많은 필수 의료를 외면하고 시간당 단가가 좋고 편한 피부, 미용, 비만으로 돌아서는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더불어 병원 근무 의사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속초, 산청 등 시골이나 지방 외지에는 3~4억원의 연봉에도 구인이 힘들다는 뉴스는 대한민국 의료를 더욱 암담하게 만듭니다. 간호사 구인난은 더 절정에 달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간호사들이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흡수되면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었습니다.
넷째는 시설 및 장비에 대한 소견입니다. 응급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려면 기본적인 장비를 구비해야 합니다. 기도 확보 및 호흡 보조장비, 활력 징후에 필요한 검사장비, 환자 이송 및 고정장비, 개인보호구, 구급차 운용, 순환 유지에 필요한 장비, 특수 상황 필요장비 등 엄청난 투자가 지속되고, 이러한 시설과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교육이 계속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섯째는 힘든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 응급실입니다. 생체 징후가 불안정한 환자들이 들이닥치는 곳이라 항상 긴장되고, 의료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은 곳이라 소송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사투를 벌이는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정 자체도 힘들지만, 예상치 못한 폭력과 폭언에 노출되어 안전을 담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경찰의 행정적인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외상 환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도 응급실로 이송을 많이 합니다.
이들은 곱게 진료나 치료받고 나가는 경우가 정말 드뭅니다. 고성은 기본이고 욕설,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주먹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젊은 간호사들이 한번 맞게 되면 다음날 사표가 바로 올라오고, 그럼 바로 구인난이 시작됩니다. 다독여서 다시 근무하게 하는 것은 옛말이고, 한번 그런 경험을 하면 다시는 겁이 나서 그 간호사는 근무를 못합니다. 가족들이 알게 되면 더더욱 난리가 나고, 험한 곳에서 근무를 못하게 막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남아있는 직원들도 트라우마가 큽니다.
여섯째는 환자 전달체계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어나오며 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어졌습니다. 전원하고자 하는 응급의료센터의 사정에 따라 환자 이송을 거부하거나 이송을 승낙해주는 과정이 무척 길고 까다로워졌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응급의료센터의 과부하가 원인입니다.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국민들의 성향으로 항상 응급의료센터는 만원이고 복잡합니다. 작은 병원이라고 무시하고, 의뢰서만 발급해서 상급 병원이나 서울로만 가시는 환자분들의 선택이라 어쩔 수 없지만(현재 대한민국 의료 전달체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치료기관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환자나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치료기관을 정하는 자유가 있으므로) 경미한 환자가 상급 병원에 가면 환자 대우도 못 받고, 왜 여기까지 왔느냐 하는 눈총만 받기 십상입니다.
상급 병원 선호도가 높은 분들이 많은 지역일수록 지역 병원은 작아지고 결국 폐원까지 가게 됩니다. 이러한 문화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유발해서 큰 병원과 중소 병원의 악순환이 계속 되게 만들 것입니다. 대한민국 중소 병원 부도율이 최근 수년 내 10%를 상회하다가 코로나 이후 더 급격히 증가했다는 뉴스를 보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주 옥정신도시 500병상 의료시설 유치 및 도립 의료원 의정부병원을 이전하는 것에 정치권이 힘을 쓴다는 내용을 보면 입맛이 써집니다. 의료 분야도 당연히 경제 논리가 작용하는데, 신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주의 기존 병원들이 하나 같이 경영난으로 2개는 완전히 문을 닫고, 하나는 응급실만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병원이나 의료기관이 들어와도 경영난이 마찬가지로 생길 것이고, 규모가 클수록 경영의 어려움이 닥치는 속도도 빠를 텐데, 그러한 문제의 대비 내지는 해결책 없이 피상적으로 의료기관 유치만 선전하는 게 맞는 건지요?
어느 대학병원, 어느 의료재단이 15분 가까운 거리에 상급 종합병원이 2개나 있는 지역에, 또한 인구 24만 정도 그것도 넓은 지역에 퍼져있는 도농복합시에 상급 종합병원 시설을 투자할 것이며, 그나마 의정부 인구 밀집지역에서 의료원 역할을 감당하는 도립 의정부병원을 양주에 이전하여 물 붓듯 재정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요? 어느 것 하나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21년에 450병상의 양주한국병원이 개원한 뒤 1㎞도 떨어지지 않은 양주예쓰병원이 응급 의료기관을 계속 유지하면서 새로 생긴 지역 큰 병원과 응급실 경쟁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그동안 매달 억대가 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야간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명맥을 유지하였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응급실 문을 닫고 선택과 집중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결정은 살아남기 위한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합니다.(정형외과 위주의 전문병원 방향으로 설정하고, 척추 내시경과 인공 관절, 관절 내시경, 줄기세포 이식 수술 등 선진화된 수술에 집중하기 위해 체질을 변경하였습니다.)
양주한국병원의 재정과 병원 운영 능력 등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고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양주한국병원 폐업 후 관련 상가 입주민과 식당, 장례식장, 약국 등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더 많은 피해자는 양주시민들입니다. 짧은 기간, 치료받던 환자는 뿔뿔이 흩어졌고 야간진료 공백은 덤으로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양주예쓰병원은 응급 의료기관을 반납한 이후에도 수술과 입원 환자가 있기에 병동을 운영하는 관계로 24시간 의사가 상주해야 합니다. 원장 외에 다른 전문 과장님들이 하루씩 십시일반으로 3~4일, 원장도 일주일에 3~4일을 당직 서게 되어 있습니다. 주로 토, 일, 월을 당직 서는데(당직비가 주말이 높게 책정되어 있지만, 주말에 당직 서는 것을 모든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아 원장이 맡았습니다.) 토요일 출근해서 화요일 외래진료가 끝나는 저녁 6시에 병원을 나와 가정으로 돌아갈 때마다 빠삐용처럼 탈출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어서 하루 빨리 정상화를 다짐해보지만, 너무나 달라진 의료환경을 보면서 점차 무기력해짐을 느낍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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