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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응급의료 시스템은 왜 망가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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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3:38 조회10,7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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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지역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면 응급환자 이송 문제점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맘 편히, 쉽게 보낼 병원이 없다는,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진료하는 의사가 해결할 수 없는 응급환자라고 판단되면, 환자를 진료 및 수술해서 응급 상황에서 벗어나 안전한 상태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빨리 이송되기를 원합니다. 

평상시 이런 상태를 대비해서 이송 과정이(전원시 필요한 자료 준비-진료 의뢰서, 진료 결과가 담긴 CD 등, 이송할 앰뷸런스 준비, 이송 시 동승할 의료진 등등) 훈련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전원할 때까지 환자의 상태를 최대한 안정시키고 생체 징후를 확보하는 것? 아닙니다. 보낼 병원의 응급센터에 어떤 환자가 어떤 상태로 전원을 신청한다고 연락하는 것입니다. 일단 전화하면 여러 번 수신자를 거쳐서 담당과 전공의나 응급의학 전공의와 통화하게 되는데, 정말 전화를 안 받습니다.

통화 대기가 끊어지는 것은 다반사고, 30여 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연결한 적도 있습니다. 환자의 나이, 성별, 환자의 주 증상 및 생체 징후, 응급 상황에 대한 이유 등등 복잡한 환자일수록 많은 정보를 일단 구두로 전달하게 되는데, 일단 응급 상황이므로 보내는 입장에서는 빨리 받아주기를 바라는데 받는 입장은 자신들이 볼 환자인지, 불가한지, 병상 여유는 있는지 판단해서 수용하리라 판단됩니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다 듣고 전원 불가하다고 답변을 합니다. 담당 교수님이 해외연수 가셨거나 학회 출장, 아주 솔직한 전공의는 전공과 의사들 다 수술 중이고 나 혼자 남아서 받기가 힘들다고 사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응급센터를 찾아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응급의료센터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이미 엄청난 환자들로 센터의 바닥까지 자리잡은 환자만해도 일이 태산인데 새로 힘든 환자를 보기가 너무나 힘들고 어렵겠지요.

그러나 그 환자들을 진찰하고 분류하고 빠른 처치와 이동이 센터의 할 일이므로 타원에서 전원을 하려는 환자는 가급적 빠른 이송이 되도록 협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안전하게 전원해서 상급병원의 응급진료가 되어서 이제는 맘 편히 안심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전원받은 상급병원 응급센터 전공의의 설명이 중요합니다.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할 때 조금이라도 흠이 되는 말이 나오면, 예를 들어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이 상태가 되도록 뭐하셨어요? 왜 필요한 조치를 안하고 오셨어요? 이런 환자를 왜 보냈을까? 등등 전원 보낸 병원은 다음날 환자 보호자의 방문으로 거의 시장바닥 같이 초토화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아픈 환자와 보호자는 극도로 민감한 상태라서 전공의 혼잣말이라도 환자에게 해를 끼쳤다는 사실로 받아들여 항의 방문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환자 보호자의 항의를 전해 듣는 전원 보낸 지역 의사는 뭐가 잘못인지, 뭐가 늦었다는 건지, 무슨 조치가 누락되었다는 건지, 앞뒤 사정 가리지 않고 무조건 ‘돌파리’로 낙인 찍혀 버립니다.

왜 이렇게 의료 시스템이 무너졌는지는 제일 중요한 응급의료 수가가 실제 비용에 비해 평가절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응급의료는 철저하게 기회 비용이므로 실측 계산되는 비용보다 평가 절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응급환자를 박리다매식으로 볼 수는 없는데 말입니다. 중환자실 수가 또한 적자이기 때문입니다.

응급센터에서 환자를 처치하고 귀가시키는 환자는 극소수입니다. 대부분 수술을 하거나 입원을 하게 되는데, 일반 병상보다는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을 마치더라도 중환자실로 가서 치료를 계속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중환자실 수가마저 평가절하되어 있으니, 허가 병상 외에 여유 있게 준비하지 않게 되므로 언제나 응급실에서는 과부하가 걸려 ‘중환자실이 없어서 환자를 못 받겠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필자의 경험을 들추어 본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환경에서도 감사했던 일이 먼저 생각납니다. 지인의 아들이 쇄골 골절로 수술을 부탁해서 나들이 갔던 강원도에서 본원까지 찾아와 저녁 무렵 집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신 마취 후 골절부 절개를 하고, 부러진 쇄골 양쪽을 골 집게를 이용해서 정복을 시도하기 위해 살짝 드는데, 골절부 아래에서 심한 출혈이 시작되었습니다. 경험상으로 보편적인 출혈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출혈인데, 쇄골하 정맥이 수상 당시 골절편에 의해 파열되어 생긴 출혈로 의심되었습니다.

급하게 지혈제를 삽입 후 환자의 수술 부위를 직접 압박하며,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재 경기북부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연결하고 이송하여 흉부외과, 정형외과팀이 쇄골하 정맥 봉합술, 쇄골 골절 고정 수술을 시행하여 무사히 수술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고맙고 꼭 필요한 응급의료센터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경기북 지역에도 빨리 정착되어야겠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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