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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칼럼 - <자살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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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4-16 13:34 조회53,9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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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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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자살률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유럽과 미국의 발표를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도 의사 등 전문·관리직 자살자가 최근 10년간 6배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의사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 번째는 생명을 다루는 부담감에 따른 스트레스 및 과도한 업무 즉, 의대생이나 레지던트의 경우 책만 보고 공부만 하다가 직접 환자를 상대로 임상을 맡게 된다는 부담감, 수면 부족과 여가시간 부족 등 고강도 스트레스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개선될 희망 없이 시달리는 상황이 우울증으로 몰아가 자살에 이르게 된다.

전문의나 의원 원장이라도 상황은 비슷한데, 하루 종일 몸이 불편한 환자를 진료하며, 오진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환자의 과거력과 가족력을 청취해서 기록하는 과정, 진찰을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맞춰 추가 검사를 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고심하는 과정, 또 절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수술실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전문의 자격을 따고 봉직의나 개원의가 되어 조그만 의원이라도 경영을 하게 되면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된다. 저수가 체제로 인해 경영난이라도 시작되면 극복을 하지 못하고, 높은 자존심에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의사들은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 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에 나와 심한 경쟁에 몰리면서 그동안 누렸던 지위를 내려놔야 한다는 ‘지위 상실에 대한 불안감’이 우울증과 자살로 몰고 간다. 일반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꼈을 때, 이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취약한 편이다.

세 번째는 대체로 남에게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심한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저수가로 인한 경제적 여건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공부와 진료 외에는 전혀 문외한이던 의사들은 사회에 나와 개원가의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상대적으로 관련 정보가 적고 모니터링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보험 관련 행정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의원의 경우 원장이 의무기록 및 법률, 행정, 심사 및 청구를 모두 다 해야 하니 진료를 마치고 나면 그 업무를 혼자 밤 늦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네 번째는 자살 성공률을 높다는 특이점이 있다. 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우울증 이전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쉽게 약물 투약 및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치명적인 약물에 쉽게 접근하여 투약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살시 거의 마취제나 특수 약물을 사용하여 고통스럽지 않고 서서히 잠들면서 죽게 되는 방법을 선호한다. 일반인에 비해 많은 의학적 지식이 자살을 결심했을 때 그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다섯 번째, 의사들의 우울증이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또 다른 중요 문제점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의사들이 그렇지 않은 의사들보다 의료 과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자신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거나 이상이 생겼다고 해도 전문의와 상담하는 의사는 많지 않은데, 이유는 정신과적 치료가 일종의 터부시 되면서 선뜻 치료에 나서지 못하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향이 의사들에게도 똑같은 경로가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알려진 의사 자살에 대한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가 2017년 강릉 비뇨기과 원장의 자살 사건이다. 2016년 발생한 안산 비뇨기과 원장의 자살과 똑같은 판박이 사건이다. 그래서 의협은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현지조사를 받은 안산 비뇨기과 원장이 자살했고, 다음 해 또다시 방문 확인 후 불안감으로 인해 강릉 비뇨기과 원장이 자살을 선택했지만,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후에도 싸구려 약의 처방을 강요하고 있는 지표연동 자율개선제의 미개선 기관 같은 항목에 대해 그대로 현지조사, 현지확인을 진행해 버렸다. 이런 폭압적인 현지조사는 행정살인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이 의협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이제는 사회적인 이슈도 되지 않는다. 중소병원협의회 주장은 부도율이 17% 정도인데, 대부분 병원장들이 경영난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음성 성모병원 원장의 자살도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경우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2년에는 병원 부도가 유난히 많았고, 자살한 병원장도 십여명을 넘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검찰에서 리베이트 조사를 받은 개원의 자살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약품의 실거래가 제도 자체의 부작용을 의사만 감당하게 되어 있는 부조리에 대해 관행이라는 어두운 면을 버리지 못한 잘못으로 도덕적인 비난을 두려워해서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의 자살 사건은 많이 안타까운데, 의료 소송에 관한 건이다. 횡경막 탈장 환아 사망에 따른 성남의 의사 3명 구속 수감 사건으로 의사들이 많이 허탈해 있을 때, 소염제 투여 후 약물 과민반응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검찰 조사 받던 의사의 자살이다.

과거 약물 이상반응 경력을 가진 환자를 진료한 담당의사는 진료 중 약물에 대한 특이 과거력 질문을 하였으나, 통증에 시달린 환자는 주사를 맞고자 하는 욕심에 ‘특이 소견 없다’는 대답을 하였고, 같이 진료에 참여한 간호사가 증언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는 담당 검사가 ‘약물 특이 이력을 주사 전에 물어보지 않았다’며 과실치사로 기소한 사건이다.

과실치사 범죄자가 되어 검찰청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오랜 시간 심신이 시달리며 지쳐갔고, 검사는 의사의 결백 주장을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고 과실치사범으로 기소하였고, 유족 측에 의해 약물 과거력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과실로 수억원의 민사 배상소송까지 당했다.

그 사건 이후 그 의사는 행여 과실을 저지를까봐 환자를 제대로 보기 힘들었고, 진료시 오랜 시간 모든 병력을 물어봐야 했고, 결국 수입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의사가 되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 억울함, 답답함, 모든 무거운 고통의 인생의 짐을 자살로 마감했는데, 당연히 형사 사건은 종결되었고, 민사 재판도 그 의사의 재산이 거의 없어 유족들의 상속 포기로 인해 종결된 사건이다.

의사의 정신 건강이 결국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게되므로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중요 문제라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는데, 의사의 자살에 대해 살펴본 필자의 개선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라는 것을 감당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 및 노력을 해온 의사들이 생명을 다루는 부담감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 의과대학에서부터 스트레스 이겨내기 및 사례 연구, 정신과적인 상담 등 관련 커리큘럼이 신설 및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행정 관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의료 관련 서비스가 강화되고, 정책 개선이 따라와야 할 것이다. 현행 불법인 청구 및 심사 대행이 좀 더 세심한 정책 변화로 합법적으로 된다면 과중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것이며, 범죄자 취급하는 현지조사(종류가 엄청 많은데, 건강보험공단 실사, 근로복지공단 실사, 심사평가원 실사, 응급의료기관 실사, 세무 실사, 보훈 실사, 자동차보험 실사, 소방법 실사, 마약 실사 등)가 부드럽게 진행되고, 계도와 교육의 목적이 올바르게 시행되어 의사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현행 제도가 개선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 행정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인정하는, 60% 정도도 안되는 현행 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 작업을 오래 걸리더라도 의협과 같은 방향으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방안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니 의사의 자살률 예측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됨으로 의사 개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이 주관하신다는 믿음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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