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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꼭 필요한가? 필자 병원은 2018년 겨울부터 2019년 봄까지 최신 무균 수술실 양압 공사를 하면서 이슈가 되었던 수술실 CCTV를 설치하였습니다. 여론의 흐름과 정부의 방침이 어떤 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끝내 실행하는 요즘 성향을 염두하고 시행한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사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산부인과 관련 수술을 받기로 한 젊은 여성이 CCTV 촬영 동의서에 서명하기 위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수술복을 벗기고 요도에 도뇨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은밀한 부분이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CCTV를 통해 병원 보안팀까지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게 돼 놀랐고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실시간 촬영은 물론 녹화된 동영상이 병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는 설명에는 얼마 전 모 연예인의 가슴 성형수술 동영상을 남자친구가 촬영하여 거액의 합의금을 받으려 했던 사건이 결국 동영상만 유출돼 인터넷 및 SNS에 떠돌게 돼 그 연예인만 힘들어했다는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혹시 내 동영상도 그리 될 수 있나 물어보니, 사실 대부분의 중소병원에는 CCTV를 안전하게 설치·운용·관리할 능력과 인력, 재원이 없다는 답변과 함께 해킹 문제, 중국산 소프트웨어에 의한 CCTV 백도어 문제 등은 널리 알려져 있어 언급할 필요도 없고, 리벤지 포르노·몸 캠 등의 디지털 성범죄가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으나 이미 유포된 자료는 해결할 방법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자료가 해외 서버에 저장돼 국내 사법당국에서는 손 놓고 있는 상태라 오죽하면 유포된 동영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종이 생겨났겠냐고 오히려 상담 간호사가 한숨을 쉽니다.
잡초처럼 다시 자라나는 유출 동영상은 주인공이 떠나도 영원히 살아 있고, 수십년 전 유포된 유명 연예인의 동영상이 지금도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고 하며 설명에 사족을 답니다.
마지막으로 수술실 CCTV 촬영이 집도하는 의사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알려줍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은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고, 긴장감은 실수를 유발한다. 한 번 잘못된 수술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된다”는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수술을 포기할 수는 없고, 의료진을 믿고 수술하기로 맘 먹으며, CCTV 촬영 동의서 작성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근로자들도 근로 현장을 CCTV로 감시하면 인권 침해라고 적극 반대합니다. 하물며, 의료진들도 인권에 대한 주장을 합니다. 선진국 어디에도 의료인을 감시하려고 CCTV를 설치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미국의 위스콘신, 인디애나, 메사추세츠주 등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공론화돼 발의된 적이 있었고, 당시 CCTV 설치에 동의하는 여론이 우세했으나 결국 입법되지 못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의 기본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이유였습니다.
수술실 CCTV 설치의 진정한 목적을 위해 우회 방법을 고려하자면,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외래 진료·수술 진행 일정을 공개하며, 수술 참여 의료진 명단을 고지하고, 수술실 출입 기록을 공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염두해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수술실 CCTV 설치를 입법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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