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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burn out syndrome) 설 명절 때 힘든 응급실 환경에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소천하신 응급센터 윤한덕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에는 계속 안타까운 소식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36시간 연속 응급실에서 당직하던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도 당직실에서 유명을 달리 하신 일도 있었습니다. 명절을 맞아 48시간 연속 근무 중이었다는데, 가히 살인적인 근무 환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들의 자살 소식도 있었습니다. 간호사들만의 고유 환경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위계질서, 업무과정, 근무시간 등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도로 업무를 힘들게 하는 것이 ‘태움’입니다. 사실 태움이라는 명칭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의미합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명목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과도한 인격 모독인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란 직업의 특성상 조금의 잘못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사 간의 위계질서와 엄격한 교육은 필수적인데, 수련과 태움의 차이가 크지 않아 가해자들도 스스로 모를 수 있어 힘든 점입니다. 폭력이나 욕설, 인격모독 등 개인적 성향의 모습이 더해지면서 태움이라는 고질적 병폐가 생겨났습니다.
번 아웃은 태움과는 다르지만, 우울증을 유발하여 자살로 이르게 되는 정신과적인 현상의 동일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이나 취미, 운동 등 극도의 몰입 상태로 집중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갑자기 무기력해지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커다란 실패에 봉착하여 더 이상의 의욕과 방향을 상실한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 정신적으로는 무기력증이나 심한 불안감, 자기혐오, 분노, 의욕상실, 육체적으로는 두통, 복통, 근육통,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어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고 충실감에 넘쳐 신나게 일하던 사람이 실패와 좌절에서 보람을 잃고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데, 일에 대해 아주 몰입하거나 중독된 상태로 집중한 뒤 일어납니다.
번 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음을 하거나 폭식, 과도한 카페인 섭취, 흡연 등의 습관으로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건강까지 해치고 심하면 쾌락 및 다양한 중독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후유증상이 심하면 우울증으로 연결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면이 있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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