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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묵묵히 일하는 히포크라테스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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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0:11 조회21,6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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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400명 가까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방역정책을 펴는 이유는 더욱 강해진 코로나19의 전염성과 바이러스가 기승하는 겨울철이라는 기후적인 특성, 실제 엄청난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는 미국과 유럽의 3번째 대유행 소식 때문입니다.

3상 임상 실험을 마친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94%, ‘모더나’가 94%, ‘아스트라 제네카’가 90%의 백신 성공률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백신 공급을 연내 시행하기 위해 수입을 서두르는 나라들이 대부분이지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코로나 방역이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선진 여러 나라가 백신을 맞고 효과와 부작용 등을 발표하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내년 후반쯤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내 제약회사에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을 탓할 수도 없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일본처럼 세계적인 제약회사에 선투자해서 선도 물량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여론과도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백신을 세계적으로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도 너무 순진한 것 같고, 게을러서 그랬는지 미리 판단하고 준비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핑계로 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방역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 내년 후반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 중증환자 병상 확보 등에 비상이 걸리고 있고, 대규모 환자 발생시 필요한 의료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계속된 긴장 상태인 코로나19 대응 의료진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세계 각국은 의료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으로, 이탈리아는 의대생들에게 임시면허증을 발급해 진료를 허용했고, 올해 3월 미국의 한 대학교는 의대생들을 의료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조기 졸업을 시키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뒷받침해줘야 할 의료진의 뒤통수를 계속해서 때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의정협의체 문제입니다. 원래 9.4 의전 합의 취지였던 의협과 정부가 아니라 정부 마음대로 타 의학계 단체장들을 포함시켜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만들고, 협의 내용도 원래는 의대 정원과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화 등이었는데 지역의료 격차 및 공공의료 부족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다급한 코로나19 시대에 서둘러 의사들에게 구속감을 주는 법안을 계속해서 상정하고 있습니다. 1)PA(Physician Assistan) 등에게 의료인 면허사항 이외의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방조 또는 방관할 경우 과거에는 자격정지에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을 상정했습니다. 2)의료인이 면허 재교부 후 다시금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 해당 면허를 영구히 취소하자는 법안도 발의되었습니다. 3)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의료인에 대해 기존 면허 자격정지에서 면허취소로 상향하는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벌금형을 받은 의료인에게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는 법안도 발의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의정협의체에서 다루기로 했던 협의 내용들을 의협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바로 실행하고 있는 점입니다. 먼저, 반값 한약이라는 미명 아래 한약 첩약 급여화 첫 단계로 시범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던 남원 공공의대 설계 예산이 보건복지부 안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 원안대로 가결되었습니다.

내년에 나올 3,000명의 의사 국가고시를 막아버린 정부는 3차 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하고 있는 겁니까? 의협에서는 3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공중보건의료단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 법안 상정을 보면서 누가 선뜻 목숨 걸고 코로나19 진료 최전선인 공중보건의료단으로 나설지 궁금합니다. 때리기만 하는 정부를 무시하고 환자만 바라보며 묵묵히 일하는 히포크라테스의 후예가 이제 몇이나 남아있을까요?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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