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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계속 구속되는 의사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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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0:06 조회22,1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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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소화기내과 김 선생은 깜짝 놀랐습니다. 수감 안내를 받고 방에 들어서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는 게 아닌가? 산부인과 이 선생, 일반외과 박 선생, 신경외과 최 선생, 흉부외과 홍 선생. 다들 억울한 사연들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말을 한들 뭐하냐며 눈물을 흘리고 왜? 바이탈과를 지망해서 이 고생을 하는지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일 연배가 많은 산부인과 이 선생이 묻습니다. 소화기내과 선생님이 왜 이런 데를? 김 선생은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던 사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뇌경색, 당뇨, 고혈압을 앓는 80대 고령의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내원해서 시행한 X-레이와 CT 촬영에서 대장암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와 입원을 시켰습습니다.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하고 장 청결제를 투여했는데, 장 폐색이 발생하고 하루 만에 환자가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장 세척제는 고령자 등에게 신중하게 투약해야 하지만, 합병증이 따를 수 있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이 묵살되었고, 임상적으로 환자의 원활한 배변 활동을 믿어 CT상에 보인 일부 폐색 소견을 묵과했으며, 장 세척제 투약을 기록도 안한 이유 등 업무상 과실로 유죄 판결을 받아 도주 가능성 때문에 판사가 구속시켰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터져 나오니, 신경외과 최 선생도 자기가 구치소까지 오게 된 하소연을 합니다. 70대 중반 고령의 환자가 척추관 협착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중환자실에 갔다가 수술 다음 날 일반 병실로 옮겨졌는데, 당일 최 선생이 회진 후 돌아가고서 5분 뒤 갑자기 의식을 잃었답니다.

간병인이 식판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병실로 들어가 환자를 보자마자 의료진에게 콜을 하였으나 본인이 도착한 때에는 환자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답니다. 산소 포화도조차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얼굴 피부와 점막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증도 보여서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 내 삽관’을 시도했답니다.

입 안에는 밥알과 음식물이 꽉 차 있어 기도가 쉽게 확보되지 않았고,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 주머니를 손으로 짜서 산소를 공급하는 ‘앰부배깅’도 시도해봤으나 별 소용이 없었답니다. 그 이후 음식물에 의한 질식과 저산소증으로 진단,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뒤 무산소성 뇌 손상과 질식 등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하였답니다.

판사는 ‘기관 내 삽관’이 실패했을 때 기관 절개술을 빨리 시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유죄 판결하고 증거 인멸 가능성을 이유로 구속시켰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더 억울한 것은 병원의 태도랍니다. 병원이 자금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법무팀이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성의하고 도움이 안된 것 같다는 겁니다. 일반 직원들은 노조가 있어서 무섭고, 간호사 등 일반 전문직은 구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개인 의사를 형사로 거는 것이 피해자 측에서는 병원 법무팀을 직접 상대하지 않으니 승소율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의사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어서 무과실을 증명치 못하면 유죄라고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하지만, 책임 또한 막중하게 지워진 것입니다. 이래 저래 힘든 바이탈과 의사들은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공공의대를 만들어 기피과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고도 남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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