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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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3:50 조회16,77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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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전 의료폐기물 수거·소각업체의 갑질이 도를 넘어서면서 병원과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이 극에 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의료폐기물이란 보건·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보건·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로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폐기물을 말합니다.
전염병으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격리 의료 폐기물, 인체 조직, 장기, 기관, 혈액, 고름 등 조직 폐기물, 시험과 검사를 위한 배양액, 용기, 슬라이드, 장갑 등 병리계 폐기물, 주사바늘, 수술용 칼날 등 손상성 폐기물, 폐 백신, 폐 항암제, 폐 화학 치료제 등 생물·화학 폐기물, 혈액 투석시 사용되는 폐기물 및 관리가 필요한 혈액 오염 폐기물, 그 외 붕대, 거즈, 생리대, 기저귀 등 일반 의료 폐기물로 나뉩니다.
의료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보관 기간 및 표지판, 보관 용기 관리가 되고 있으며, 폐기물 처리계획 확인 증명서에 따라 적정 처리업체에 위탁하여 소각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료폐기물 수거계약을 맺은 업체가 2주일이 넘도록 수거해가지 않으면서 폐기물 전용 창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다 날씨가 덥다 보니 악취가 병실로 스며들어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업체의 태도는 더 황당했습니다. 병원이 왜 2주가 넘도록 의료폐기물을 수거해가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해명이나 사과는커녕 “소각장의 소각로 고장으로 앞으로 10일 가량 더 수거할 수 없으니 환경청에 배출자 보관 기간 연장신청을 하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1주일에 두 번 의료폐기물을 수거해갔는데, 올해 들어 1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더니 요즘에는 2주일에 한 번도 수거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장 담당자는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업체의 횡포는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업체와 의료폐기물 처리계약을 맺은 병원들은 지난해 ㎏당 400원을 지불했는데, 폐기물 수거업체는 올해 들어 ㎏당 1000원으로 처리비용을 250%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했고, 병원들이 항의하자 계약하기 싫으면 마음대로 하라며 엄포를 놓았습니다. 의료기관들은 의료폐기물 수거·소각업체들의 담합으로 인해 업체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의료기관들은 의료폐기물 수거업체들이 갑질을 하더라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의료폐기물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폐기물 신규 소각시설 건립 반대운동에 지역사회가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여 대규모 소각시설은 증설이 불가한 상태입니다. 격리실 입원환자가 배출하는 기저귀의 경우 현재와 같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고, 나머지 치매 등 일반 입원환자 기저귀 같은 감염 우려가 없는 것은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여 폐기물 총량을 줄일 수 있었고,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들의 횡포를 잠깐 피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라서 ‘멸균 분쇄 시설’ 규제 개선이 시급합니다.
현행법에도 병원들은 자체적인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하고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멸균분쇄시설 설치기준이 과도하게 제한돼 있어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병원은 해당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병원 내 멸균분쇄시설을 설치 운영하면 기존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의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음에도 과도한 진입 장벽으로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멸균분쇄시설 설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중소병원들의 경우 최대 70% 이상의 처리비용 절감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불공정한 규제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병원 규모별 의료폐기물 배출량과 멸균관리 운영 능력 등을 고려한 적정 규모의 멸균분쇄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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