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바보들만 필수 의료, 조용히 찾아오는 의료체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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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3:49 조회16,9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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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인해 근무 중 사망한 사건을 두고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어났습니다. 대한간호협회는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 준 중대한 사건”이라며 “당직자 대처, 응급실 이동 후 전원까지 걸린 시간 등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이번 사건 원인을 ‘의사 수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으로 국내 최고 상급종합병원조차 직원 응급수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인 가운데 “병원의 법적 문제는 없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병원 측에 의료진 휴가 규정 및 환자 이송체계에 대한 자체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하였고, 그렇게 일단락 매듭이 지워지는 듯했지만, 그 여파는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산병원은 5명의 신경외과 뇌혈관 교수가 있지만,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는 2명뿐이었고, 사건 당일 각각 해외와 지방에 있어 수술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사망한 간호사가 발작 증세로 쓰러지면서 뇌지주막하출혈 소견을 보이자, 당시 당직 근무 중인 의료진 중 코일 색전술이 가능한 뇌혈관 교수가 응급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하였지만, 출혈을 막을 수가 없었고, 뇌동맥류 결찰술(Aneurysm clipping)로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를 드러내는 개두술 후 파열 위험이 있는 뇌동맥류 경부를 결찰, 뇌출혈 발생을 예방하는 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전개되어,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한 당직 의사가 뇌혈관 의료진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응급 개두술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하여 결국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 수술이 이뤄졌지만, 수술 직후 동공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료진은 수술 가능한 의료진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전원을 시도하는 등 최선을 다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이번 사태 본질이 진료 수가의 저수가와 수술을 담당하는 막장과에 대한 낮은 처우 등으로 인한 ‘진료과 기피현상’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뇌혈관 외과 교수 2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으로 근무하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느냐? 뇌혈관 수술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와 급감하는 젊은 의사 지원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0대 이상 실력 있는 뇌혈관 외과 의사가 거의 고갈된 것이 현실이며, 그나마 뇌 수술의 꿈을 가진 신경외과 전공의들도 현실의 벽에 절망해서 척추 전문의가 된다고 합니다. 신경외과를 전공해도 응급이 없고 편한 척추나 관절 분야로 많이 가지 어렵고 힘든 뇌 분야는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양극화 현상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분명하게 나타나 앞으로 이러한 인력 공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한 병원에 신경외과 의사가 10명 이상 있어도 혈관 기형, 뇌종양 등 모두 분야가 나뉘기 때문에 큰 병원이라도 뇌동맥류 결찰술을 진행할 수 있는 의사는 2~3명 수준입니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어느 정도 트레이닝이 필요한 수술로, 질환에 접근하기 전에 터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는 등 고도의 수술이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필수 진료과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반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극한 노동과 같은 긴 시간 수술이 필요하고, 많은 인원이 동원되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수술을 마치고도 중환자실에서 오랜 시간을 관찰하며 지켜봐야 하는, 그러면서도 생명의 위태함으로 인해 보호자에게 멱살 잡히는 일이 다반사인 막장 수술과 의사들의 처우가 형편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처우는 결국 그들이 하는 수술과 처치의 수가와 연결되어 있는데, 막장과 수술 수가는 점차 떨어지면서 중환자실 수가와 더해져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입원 기간이 장기간이 되면 될수록 손해가 막심해지기에 병원 경영진에게는 눈총을 맞기 십상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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