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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스마트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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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3:09 조회20,2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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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억력이 감소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 실린 ‘공자대성침중방’에 따라 만든 한방약을 먹으면 매일 천 마디의 말을 기억할 수 있게 되어 공자만큼 똑똑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과거 시험 전날 복용하면 장원급제를 한다는 장원환, 주자가 공부 중에 복용했다는 주자독서환 등 총 12가지의 ‘총명탕’ 제조법이 실려 있다는데, 옛날 사람들도 똑똑해지는 약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화 ‘리미트리스’에서는 스마트 약으로 인생이 바뀌는 인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와 능력의 확장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주인공은 슬럼프에 빠져 마감 전날인데도 한 장의 원고도 쓰지 못하는 무능한 작가였지만, 어느 날 우연히 스마트 약을 먹고 나서 그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었습니다. 배우 최민식과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영화 ‘루시’에서도 거짓말처럼 뇌의 모든 부분이 100% 활성화되는 마약 같은 약이 등장합니다.

물론 현실의 스마트 약은 그처럼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없던 새로운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흡수 능력을 높여주므로 몇 시간 정도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정도입니다. 2000년대 초에 집중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치료하거나 기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지만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는 부가기능이 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건강한 일반인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던 리탈린, 애더랄, 모다피닐 등이 스마트 드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흥분제로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정신 활동을 충실하게 하는 리탈린은 우울신경증에 쓰이며, 과도한 피로·무력감·사고력 감퇴 등에 이용되고 바비튜레이트산 유도체 등의 중독에 대한소생제로도 쓰입니다.

우울증, 기면증, 그리고 무엇보다 ADD 및 ADHD의 증상 개선과 그 치료에 있어 효과를 발휘하는 애더랄은 도파민의 분비가 촉진됨과 동시에 도파민의 재흡수가 차단되어 뇌내 도파민 농도의 상승을 가져오고,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과다 집중상태를 유발합니다.

미국의 일류대학 모임 아이비 리그에 재학 중인 비ADHD 학생 중 18% 이상이 애더랄을 복용한 전력이 있다고 했고,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승진에 살인적인 업무량과 능력을 요구하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나 코딩과 디버깅에 끔찍하게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컴퓨터 공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자식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위해 먹였던 속칭 ‘강남 아줌마’라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었습니다. 반응속도와 동체시력 상승으로 인해 게임 스포츠에서는 금지 약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구할 수 없는 판매금지 약물입니다.

모다피닐은 뇌에 자극을 주어 깨어남과 경계를 촉진하는 역할로 도파민 트랜스미터에서 도파민 재흡수를 직접 억제합니다.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간적적으로 중지하고, 재흡수 펌프에 결합하여 아드레날린 작용제를 생성합니다. 세포 외 도파민의 수를 증가시켜 활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GABA를 억제하여 글루타메이트 에너지를 활성화시킵니다. 국내에서는 기면증 치료약으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리세탐이나, 누펩트 등 여러 약물이 실험적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누트로픽스라는 개념으로 약이 아닌 보조식품이나 행동으로 두뇌활동을 좋아지게 하거나 능률을 높이는 것에 대해 검토해보겠습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를 느끼는 행동을 할 땐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현대사회 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무기력할 때, 일을 더 많이 처리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에너지를 만들 수 없을 때 이런 무기력증마저 이겨내기 위해 약물에 의존합니다. 그런 만큼 스마트 드럭 사용에 대한 공정성, 도덕적 판단, 부작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깊은 사고와 연구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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