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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필수의료 붕괴, 이제는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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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12-04 08:23 조회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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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분야, 특히 산부인과와 같이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입니다. 

“분만 수가는 79만원인데, 배상액은 16~20억원”, “형사소송은 덤”이라는 비극적인 현실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거액의 배상과 형사 기소의 멍에를 짊어지는 현실은 출산율 저하로 감소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 수련의 현상과 더불어 기존 산부인과 전문의들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누가 소아과와 흉부외과를, 그리고 분만실을 지키려 하겠습니까? 의료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현실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절망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무너져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현재 분만 전선에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아 외치고 있습니다. “10년 뒤 산부인과 의사는 없다.”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로 고령화가 심각하며, 산부인과 전문의 3분의 1은 이미 60대 이상입니다. 미래를 책임질 30대 이하 신규 인력은 고작 11.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겨우 0.5%입니다. 처참할 정도의 지원율입니다. 물론 출산율 저하가 산부인과 전공을 막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만, 출산 자체가 산부인과 의사 부재로 인해 힘들어지고 막히면 또 누가 더 출산을 고려할까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란일 뿐 모두 전체 출산율을 낮추는 조건입니다. 필수의료 회생과 무너진 의료 시스템을 되살리기 위해 산부인과협회에서는 네 가지 정책을 긴급히 제안했습니다. 

첫째는 필수의료 회생 기금 별도 조성 및 공공정책 수가 도입.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는 필수의료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진료량 기반의 수가를 보완하는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하여 고위험·고난도 진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더불어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여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의료배상 책임보험 국가 지원 및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입니다. 의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배상책임을 국가가 지원하는 의료배상 책임보험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하여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완전 책임제 도입입니다. 의료 행위의 본질적 위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는 100%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는 의사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행 제도의 모순을 해결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네 번째는 분만실 유지 지원 강화입니다. 24시간 분만실 운영을 위한 기본 수가를 신설하고, 고위험 분만 전담기관과 분만 취약지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출산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며, 안전한 분만 환경은 국민 모두의 권리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의사의 처우 개선을 논할 때가 아닙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위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위기에 처한 의사들을 위한 것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를 위한 절박한 외침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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