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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칼럼 - <더 이상 미움 받지 않는 의사로 진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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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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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움 받지 않는 의사로 진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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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의사로 국민들에게 미움 받지 않고 진료하기가 어려운 일일까요? 간단히 생각하면 의료는 순수하게 아픈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되고, 치료된 환자는 고마워 할 것이고, 의사도 보람을 느낄 텐데, 현실은 고마움과 보람은커녕 욕 안 먹으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 때문에 정부가 양심적 대체복무제도의 업무 영역과 대체복무기간을 조율 중입니다. 대체복무기간을 두고 시민단체는 현역 군인의 18개월보다 2배 가량 긴 36개월이 ‘징벌적 복무기간’이라며 27개월을 제안했습니다.

그럼, 훈련기간까지 포함해 37개월에 달하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심적 대체복무를 허용할 정도로 성숙한 민주주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37개월의 징벌적 복무기간을 감내하는 ‘어둠의 자식’이 의사들입니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폭력(폭언, 폭행, 성폭력 등)을 당한 적이 있는 의사들이 전체의 50%를 상회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통계입니다. 환자 수에 비해 진료환경이 박하고, 바라는 치료 결과를 얻지 못하고, 합병증 발생으로 불가피하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 진료현장입니다.

또한, 의사의 의견이 장애등급 판정, 진단서상 진단 내용 및 진단 주수, 감정과 같이 보상, 수당 등 금전적인 결과로 직결되는 판단의 기준이 되다 보니 이에 불만을 가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곳이 병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의사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료인이 폭행 등으로 진료를 방해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간호대 실습학생들이 외래진료 및 수술현장 학습을 나왔었습니다. 가장 기억이 남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본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한 학생이 대답하길, 70대 어르신이 추간판 탈출증(디스크)과 협착증으로 신경이 압박되어 다리가 저리고 마비되어 정형외과를 방문했었고, 의사가 디스크와 협착증을 수술해야 할지, 시술해야 할지, 왜 해야 하는지, 시술과 수술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시술 및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은 무엇인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상의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디스크와 협착증은 정형외과 의사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 또는 수술이겠고, 도와주는 마취과 전문의나 협진해주는 내과 의사는 일상적인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술이나 수술을 받는 사람이 나 자신이거나 내 가족이라면 그 수술이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지, 얼마나 걱정되고 궁금한 것이 많을지 생각해 보았는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안심시키는 과정을 통해 진료가 학문적인 지식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감정의 교류 과정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진료현장의 많은 의사들이 지식의 전달과 술기의 시전뿐 아니라 이러한 연민의 마음가짐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라포가 형성된다면 미움보다 사랑 받는 의사들로 살아가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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