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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적대적인 형사 소송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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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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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가 심할 경우 식도 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와 식도가 마주하는 연결 부위의 괄약근이 약해지며 위산이 역류하고, 식도와 위 접합부가 찢어지면 피까지 토하는 현상마저 발생하므로 심한 구토 증상은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켜주어야 합니다.

응급실에서 진료하다 보면 많은 환자분들이 심한 구토, 구역, 복통, 토혈을 동반하여 병원을 방문하시는데, 대부분 이미 여러 번 구토로 인해 지쳐서 오시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토제 주사제로 맥페란이 있습니다.

‘유일한’이라는 뜻은 건강보험 공단에서 인정하는 즉, 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하는 삭감을 안 당하는 인정된 급여 품목이라는 뜻입니다. 10여년 전 만해도 멕소롱이라고 약국에서 팔던 병에 들은 일반약입니다. 맥페란은 메토클로프라미드라는 성분으로 위장관 운동을 활성화시켜서 구역, 구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입니다. 고용량으로 주었을 때 또는 장기간 사용 시 도파민 수용체와 세로토닌 수용체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드물게 여러 가지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번에 80대의 고령 파킨슨 환자에게 맥페란을 사용하여 단기간 의식 저하 혹은 상실, 발음 장애를 유발하여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여 의료계가 제2의 이대 신생아실 사건으로 비유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을 보면, 맥페란은 중추신경계 도파민 수용체 차단 효과가 있으므로 도파민 결핍인 파킨슨병 환자는 투약 시 운동 이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주의했어야 하고, 기왕력 등을 확인하는 문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유죄라는 것입니다.

첫째, 환자의 기왕력을 환자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환자에게 파킨슨병 등 맥페란을 투약해선 안 되는 기왕력이 있는지 명확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둘째, 재판부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료하고 투약한 의사보다 더 정확히 맥페란 사용을 반드시 고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셋째, 전문 의료인으로서 맥페란 주사제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의료 사고라고 하려면 여러 가지 꼭 살펴봐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법적 의무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부주의한 행위를 피하려고 합리적인 주의 기준을 준수했느냐? 이 사건에서는 병력 확인 의무에 해당합니다. 

둘째는 의료 행위가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커다란 위해로 연결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의료 단체에서 시행한 자문의 결과로 판단됩니다. 셋째는 유의미한 환자의 나빠진 경과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급성으로 증상이 악화되었으나, 그 이후 얼마나 변화되었는지 언급이 없습니다. 

넷째는 환자의 여러 가지 환경에 따른 다양성이 얼마나 인정되느냐? 이 사건에서는 8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것, 파킨슨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앓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판사는 첫째, 둘째 조건에 부합하여 유죄 판단을 하였으나, 현 우리나라 진료 상황을 보면 병력 청취라는 게 진료 대기 중에 작성되는 설문지와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짧은 대화가 전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80대 이상 고령이고 밤새 토하고 복통으로 힘들었던 환자, 더군다나 파킨슨병으로 제대로 활동이 안 되는 환자의 병력 청취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미국처럼 맥페란이 아닌 온단세트론이라는 항구토제가 급여 처방 가능했다면 고령의 환자에게 맥페란을 처방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온단세트론은 가격이 맥페란보다 조금 비싼데, 항암치료 부작용 시에만 급여 처리할 수 있게 심평원 기준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자문의 전문성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해당 약제나 의료 행위와 연관이 없는 의사가 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에서 발표하기를 반감기도 5시간 정도로 비교적 짧은 맥페란이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파킨슨 증상 악화 확률이 현저히 낮고, 만약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켰더라도 그 증상 악화가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약제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파킨슨이라는 병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특이성을 가진 질환이므로 맥페란뿐 아니라 다른 약물과 또 일반적인 스트레스, 환경 변화로도 증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료 행위와 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의문이 남는 것입니다. 당연히 안 좋은 결과에 대한 책임과 판단은 민사 또는 합의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문제는 악의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고, 선의의 목적으로 시행된 의료 현상을 결과가 좋지 않다고 의료인을 유죄로 형사 처벌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이 판결이 발표 난 후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은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 제한 공지를 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약물은 처방하지 않겠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당장 맥페란을 쓰는 의료인으로 언제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약을 쉽게 그전처럼 쓰기는 힘들 것입니다.

문제는 맥페란뿐 아니라 많은 약들이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작용이 날 때마다 의사들을 형사 처벌한다면 처벌받는 의사들도 힘들겠지만, 방어 진료로 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피해는 누가 감당할 것입니까? 

의료 행위에 관한 고의성과 중대 범죄가 아닌 경우 형사 소송이 없는 외국처럼 형사 소송의 필요성을 한번 더 사회적으로 생각하게 해야 하고, 오판으로 15년 동안 징역형을 살다 뒤늦게 무죄가 밝혀진 경우 재판에 관여한 검사나 판사는 어떠한 처벌을 받는지 문득 궁급해집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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