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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점점 무서워지는 보호자 민원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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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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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외래 진료 중 원무과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귀를 아프게 할 정도로 들립니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하이톤의 목소리가 기분을 거슬리게 합니다. 내용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와 감정을 쏟아내는 듯한 격한 느낌이 진료실까지 제법 먼 거리인데 전달됩니다. 진료를 계속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며 다음 환자가 들어오기 전에 원무과로 걸어가 봅니다.

보통 이렇게 소란스러운 경우는 환자의 결과가 극히 안 좋아졌다거나 예상치 않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혹은 보호자가 요구하는 사항이 진행이 안 될 때 생기므로 어떤 일일까 생각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며 걸어갔습니다.

낙상당한 아버지를 환자로 모시고 있던 중년의 여자 보호자였고, 본원에서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으시고 상처가 마무리되어 퇴원하셨던 경우였습니다. 수술은 하였으나 골절 유합이 안 된 상태여서 보행과 운동이 불가하였으므로 요양병원 추천을 받고 전원 가셨던 환자의 보호자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치매까지 있었던 환자의 진술이었습니다. 요양병원 간병인에게 폭행당했다고 환자가 보호자에게 이야기했고, 그 사실을 들은 보호자는 요양병원을 한바탕 뒤집어 놓은 뒤 본원까지 찾아와 원무과 직원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거울이 많은 상담실로 모시고 가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국은 본원에서 밀린 수술비를 할인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경찰서 신고와 조사, 같은 병실에 있었던 환자들의 진술, 평상시 간병인들 사이에서의 평가, 친절상까지 받은 간병인이라는 점, 폭행당했다는 환자의 앞뒤가 다른 횡설수설 등으로 결국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힘들게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병실까지 CCTV를 달 수는 없으므로 폭행 여부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 싶어했던 환자의 욕구가 만든 작은 이야기가 보호자에 의해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보호자 면담이 너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의사 설명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고, 시술이나 수술의 합병증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하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한 보호자의 당황스러운 질문을 감당할 때면 많이 자괴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 보호자의 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이 달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변하고 적응해야 함에도 현실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의료 시스템은 더더욱 힘들게만 합니다.

과거 민간의료 시스템이 95% 차지하였던 대한민국 의료를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로 눌러서 마치 공공의료처럼 운영되다 보니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의사의 숫자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다고 착각한 현 사태를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러한 공공의료 시스템 아래 1명당 20분 진료하고 하루 15명 이하 진료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사를 1년에 5000명씩 선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 과도기 상황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충분히 설명하며 진료하는 것이 무척 힘들고 부담이 됩니다. 그러다가 생략하게 되면 나중에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형사적인 피해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민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합니다. 의료진이 해야 할 설명 의무를 철저히 하고,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할 때 못 들었다고 하는 경우에 대비해 동의를 구한 뒤에 설명 과정을 비디오 녹화도 합니다. 

철저히 동의에 관한 서류를 꼼꼼히 받아놓고, 틈틈이 보호자와 연락하여 소통하고, 통화 내용을 한번 더 정리하여 카톡 같은 문자로 남겨 놓습니다. 모든 것이 형사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의료진의 노력의 방향이 웃픈 실정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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