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종원장 칼럼 - <병원이 적자로 폐원 안 되는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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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11-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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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더 심해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오는 8월31일을 끝으로 외래 및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하는 폐원 신고를 하였습니다. 20여년간 백병원은 총 1,745억원의 누적 적자(의료 이익 기준)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을 받았고, 종합병원 유지 및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 및 요양거주시설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실행하기도 했고 논의도 했으나, 어떠한 대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원으로 인해 의료인으로서 환자에 대한 책무, 진료의 연속성 유지뿐만 아니라 수련병원으로서 학생들에 대한 교육 책무마저 포기했다는 원망도 듣고 있고, 의사직군을 포함한 간호직과 행정직 등 전 직원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한 불만도 있고, 부지 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 아니냐는 오해도 받고 있지만, 더 이상 의료 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해 폐원과 매각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백병원 부지가 상업시설로 전환될 경우 2,000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청산 작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현재 지역주민들과 백병원 각 진료과 동문 대표, 노조, 교수 등은 폐원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영진이 백병원 부지의 상업용도 전환을 겨냥해 손실을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반발하며 관광객 의료시설, 원격진료, 응급센터를 갖춘 시설로 특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또한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 외에 백병원 운영과 관련해서는 별도 입장이 없다고는 하지만, 폐원 결정과 관련 의료공백을 이유로 백병원 부지의 상업용도 전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의료시설 연장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에서 적자를 이유로 폐원하고 법적 고용승계를 하는데, 서울시에서 인수하지도 않는데도 국가가 매각을 막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듭니다.
만약 병원이 아니라 다른 직종이라면 이렇게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도 궁급합니다. 불법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폐원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대 동대문병원, 중앙대 용산병원, 바오로병원, 제일병원 등 2000년 이후 많은 대형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폐원과 매각을 진행하였는데 백병원만 예외를 두는 것도 비정상입니다. 실제로 의사들의 SNS에서 많은 2차 병원에서 의료진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고 하니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 백병원의 적자가 심화된 이유는 상주 인구가 줄어드는 도심 공동화 현상과 주변 대형종합병원의 출현에 따른 상대적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환자 수 감소와 수익성 악화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원인은 환자 전달체계에서 2차 병원을 누락시켜 3차 병원에 환자가 몰리게 만든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때문입니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막론하고 2차 병원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의료정책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행 저수가 체제에서 의료기관을 유지·운영하는 것은 적자를 면하기 힘든 대한민국 의료의 단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백병원 폐원과 필수의료 몰락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으로 의료비를 통제해 지나치게 낮추면서 의료비용 하락과 과수요를 초래해 미용·성형 쏠림과 경증질환자 대형병원 쏠림이 만연하고, 소아의료와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위기가 고조되는데도 정부가 3차 의료기관에만 집중하는 대책을 내놓는 것에 정말 의구심이 듭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병원 기능을 교육·연구목적으로 비중을 강화하고, 의료 이용 조절로 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며, 수가체계 및 수가 계약방식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 의료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이고, 적자를 면하기 힘든 게 의료 사업이라는 증거인 것으로 보입니다. 백병원 폐원 결정이 힘들게 지역병원을 버티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고통스럽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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