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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계속되는 의료 형사 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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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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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폐색 환자의 수술을 늦게 해서 소장 절단 및 복막염, 그에 따른 패혈증으로 환자에게 중대한 해를 끼쳤다는 판단으로 주치의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하여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하여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는 의학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복막염과 패혈증 등이 발생하여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되어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 괴사 등이 발생한 것이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해 금고형을 선고했습니다. 의료행위 결과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환자의 치료를 위한 적법한 절차를 통한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하여는 형법 판결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비춰 볼 때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치 못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고자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방법의 방어 진료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방어 진료를 하다 보면 모든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게 되고, 그중 많은 경우 3차, 대학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됩니다.

고령이다, 고도비만이다 등 평상시 마취 가능 범주에 있던 환자들도 마취과의 방어 진료로 마취가 거부돼 대학 병원으로 이송하는 환자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산모를 위해 제왕절개를 선택하지 않거나 지연 선택을 한 탓에 산모와 아이에게 이상이 발생했다는 법원의 판단 이후 의료현장에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사실입니다.

약물치료나 간단한 수술 전 일상적인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료과실이라는 법원의 판단 이후에는 모든 환자에게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현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과거에 비추어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필수 의료체계와 응급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적자가 계속 쌓여간다면 결국 환자 전달체계가 무너져 대학 병원 응급센터에만 환자들이 몰려가는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행위를 시행함에 있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적절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거나 시행하는 결정과정이 복잡하고 신중해야 함을 인정하고, 그런 과정에서 개복수술 같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때 시간적 지연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적 제재가 필요한 의료과실이라는 사법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명백한 증거에 근거한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지혜로운 판결이 내려져야 할 것입니다. 치료 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으로 간다면 모든 의사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 진료를 하고, 법적 책임을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만나보기 어렵게 될 것이며, 국민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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