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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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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4-22 13:51 조회33,7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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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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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하에 개정되는 의료 관련 법률이나 시행령이 의료현장과 동떨어져서 계획한 성과는커녕 의사나 간호사, 의무기록사 등은 쌓이는 업무 과중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심지어는 다른 범위의 법 적용에 의해 범법자가 될 처지까지 내몰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근무시간 외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 접속을 차단하는 일명 ‘EMR 셧 다운제’는 2017년 특별법 시행 이후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기 위해 수련병원 측이 마련한 제도입니다. 병원은 늘 불가피한 연장진료 이후 환자 처방 등이 필요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아이디를 통해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근무 중인 동료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 업무를 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의료법 제17조 제1항, 제22조 제3항 등에 따라 의료인이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 등 증명서를 발행하거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항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또한 의사의 협력자인 간호사와 의료기사들이 아이디가 서로 다른 두 의사의 오더를 동시에 수행하거나, 또 문제 발생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병동 간호사는 처방에 대해 당직 의사, 주치의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모를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군다나 큰 문제는 처방 오류나 의료사고가 생길 때입니다.

의무기록상의 의사가 책임질 공산이 크지만, 실제 오더를 낸 의사가 책임져야 하므로 분쟁의 소지가 많습니다. 수련환경 왜곡에 의료법 위반까지 조장하는 전자의무기록 셧 다운제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즉시 중단돼야 하겠습니다.

다음은 수술실 출입관리에 대한 규칙 개정안입니다.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 수술실 출입은 환자, 의료인, 간호사, 의료기사 외에 의료기관의 장이 인정하여 출입을 승인한 자로써 출입에 대한 감염관리 등의 교육을 이수한 자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수술실을 통한 감염 및 의료인이 아닌 자에 의해 수술이 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인데, 실무자들은 출입대장 작성 및 관리, 보관 업무 과중과 감염관리 교육의 실질적 효율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장부 및 기록보다는 차라리 여러 대 설치된 CCTV를 통해 자동 저장된 기록을 사용하거나 참조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식으로 늘어난 자료 및 대장이 수술실과 간호사실 벽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으며, 늘어난 업무에 맞는 행위료 책정은 한 푼도 안되기에 간호사 업무가 삼중고의 힘든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은 정부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계획입니다. 대면진료에 비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격진료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분쟁 책임 등이 공중보건의에게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정부는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규정하거나 진료 책임은 응당 공중보건의가 지어야 할 몫이라고 답하고 있으며, 서천군청이 서면경고를 통해 공중보건의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는 태도를 보면 의료를 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억압받는 상황입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가능성을 확인하자는 좋은 취지이지만 대한의사협회·지역의사회와 대화와 소통, 합의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등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오히려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져오고 있는 상황처럼 언급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바람이 있다면 정부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현장과 의논하고, 개선점을 충분히 고려치 않는다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탁상행정이 되어버린다는 점을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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