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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칼럼 - <폐암 말기 환자와 노벨 생리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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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4-16 13:10 조회44,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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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환자와 노벨 생리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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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5세로 흡연 경력 20년이 넘는 회사원 최모씨는 최근 잔기침이 심해지고, 평상시보다 가래가 많아져서 바쁘다고 미뤄온 내과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가슴 방사선 촬영과 호흡기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마치고 흉부 단층 촬영(CT)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사선사가 요즘은 저선량 저피폭 흉부 CT 촬영이라서 방사선 피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추가 촬영이 필요하다고 해서 검사 후 며칠 뒤, 뇌와 간으로 전이된 폐암 말기(4기)라는 판정과 함께 여생이 6개월여 남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대학병원으로 가서 항암치료를 하라는 선생님의 권유를 귓등으로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까마득했습니다. 금연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자기 말을 안 들어서 그렇다고 울고불고하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왜 그렇게 빨리 담배를 끊지 못했을까? 상념에 잠겨 과거를 돌이켜봅니다.

직장에서 대대적인 금연 인센티브도 있었고, 금연 클리닉을 동네 보건소에도 또 옆 건물 내과에서도 한다고 했는데, 따로 금연 전문 간호사가 금연 교육을 한다며 금연 껌과 패치를 판촉물로 나눠준다던 일도 기억나고, 무엇보다 매번 환절기에 감기가 걸리면 남들보다 더 고생하며 가래가 많아졌고, 담뱃갑의 혐오 사진을 보면서 ‘이젠 끊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느꼈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내가 폐암이라니, 중요 장기에 전이가 되었고, 더군다나 말기라니, 이젠 정말 죽기를 기다려야하나? 마냥 다른 사람의 일들로만 여겨졌던 일이 나에게도 벌어졌구나’ 한없는 후회만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가서 항암치료에 시달리다가 비참하게 죽지 말고, 산에 들어가서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라”는 동네 친구들 이야기를 무시하고, 진단해준 선생님이 권유해주신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기존 항암제만 투여한다면 소용이 없겠지만, 세포독성 항암제와 타깃 항암제 그리고 새로 나온 면역 항암제를 병용 치료하면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종양내과 전문의의 설명이 하나님의 가르침처럼 들려왔고, 그 이후 3주마다 면역 항암 주사와 함께 다른 세포독성 항암제와 타깃 항암제 주사도 같이 맞았습니다.

두 달쯤이나 지났을까? 할렐루야. 몸의 아픈 증상이 하나도 없고, 기침이 멎고, 가래가 안 나옵니다. 폐암 환자가 제일 두렵다는 객혈 한 번 없습니다. 항암요법의 부작용인 머리가 빠지거나, 살이 마르고, 구토 증세 등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치료 전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나아진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진단 받을 때 선고받은 6개월을 지나 현재 2년6개월을 잘 살고 있으며, 주변 직장동료와 동네 친구들에게 금연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금연 캠페인을 열심히 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TV 뉴스를 보면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텍사스대 암센터 제임스 앨리슨(70) 교수와 일본 교토대 혼조 다스쿠(76) 명예교수가 선정되었고, ‘면역관문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를 발견하여 종양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체계 기능을 자극해 암 치료의 새로운 원칙을 세웠다’는 공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 수상자의 중대한 발견으로 인해 내가 거의 다 나았구나’ 감사하게 되었고, 또한 주사가격이 보험이 안 되면 1억원이 넘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엄청난 신약인 면역 항암제를 신속하게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해 경제적인 큰 타격 없이 치료하게 해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빨리 진단하고 치료해주신 의사분들께 감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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