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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수술 싫어하는 정형내과 의사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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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3:33 조회11,6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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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의사들 사이 잘나가는 전문과목을 꼽으라면 늘 정형외과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체 분야 중 뇌를 포함한 머리, 가슴과 복부를 제외한 사지와 목, 허리를 포함한 골반까지 넓은 진찰 부위를 가지고 있고, 현대 사회 증가하는 고령 인구로 인한 퇴행성 관절 질환과 골다공증을 선두로 하는 골 대사성 질환 및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강직성 척추염 같은 자가 면역 질환도 진료해야 하고, 신생아의 선천성 기형 질환부터 청소년기 측만증, 중장년기를 넘어 고령층까지 전 연령대를 치료해야 하므로 많은 환자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중소병원의 수익은 정형외과 의사가 탑을 차지합니다. 동네 정형외과 의원들도 투자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수익은 다른 과에 비하면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기나긴 저수가 정책 특히 수술료에 대한 저수가 정책이 20여년 이어져 오다 보니 그 좋은 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정형외과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정형외과는 특성상 대부분 수술에 많은 의료인력이 투입됩니다. 마취를 제외하고 인공 슬관절 치환 수술 경우에 수술자 외에 3명의 어시스트가 필요하고, 스크럽 간호사와 어시스트 간호사, 서큘레이팅 간호사 등 3명이 필요합니다. 마취과 전문의와 마취 간호사까지 수술방에 9명의 기본 인력이 투입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인건비는 수술 수가에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고가의 의료장비가 동반되는데, 웬만한 것은 수가에 다 들어가 있다고 사용료 인정이 안됩니다. 그만큼 고급 인력과 장비가 필수적인데, 정형외과 수술 수가는 20여년전 그대로이거나 비슷합니다.

그동안 많은 환자를 박리다매식으로 수술하여 낮은 수가 부분을 메꾸어왔지만,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뜸해져서 외상 및 교통사고 환자 발생이 줄어들었고, 떨어진 공장 가동률에 따른 산재나 공상 환자가 줄어들었으며,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퇴행성 질환의 수술적인 치료 선택이 대폭 감소하는 바람에 정형외과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백신 접종과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연명하는 내과계 선생님들이 부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할수록 적자인 수술 수가 구조 때문에 아예 수술 건수를 제한하는 병원이 생겨나고, 수가가 낮은 경증으로 분류되는 수술을 하면 중증도가 줄어들어 적자를 면키 어려우니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을 만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도 상황은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다른데, 중소병원은 그나마 환자가 없기에 경증 환자라도 수술을 진행해서 어차피 준비되어 있는 수술방 인원들의 인건비라도 건져야 하는 상황이고, 수술 건수가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좀 더 수익이 되는 중증 환자로만 수술을 시행하는 겁니다.

지역 모 공공병원에서는 아예 수술하는 의사에게 ‘그렇게 열심히 수술 안 해도 된다’는 충고를 하며 눈치 아닌 눈치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수술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외래진료만 하고 월급을 받아가는 정형외과 의사가 병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병원 입장에서 수가가 ‘시간 싸움’이 된 지 오래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수술 위험성이나 추후 합병증, 의료 소송에 대한 부담은 접어 두고라도 환자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낮은 수가의 수술에 하루 종일 매달리는 의사보다 시간당 수십명씩 진료하고 시술할 수 있는 의사가 수익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간단한 수술을 시행해왔던 개인 정형외과 의원들이 입원실과 수술실을 폐쇄하고 장비를 처분하여 한 때 중고 장비 가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이 도수치료입니다. 수익을 위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수술을 꺼려하고, 시간당 수익률이 높은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 진료에 목을 매는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전공의 수련 받을 때부터 자신은 개업해서 정형내과를 하겠다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국가 차원에서 형평성만 염두에 두는 가치 평가를 내세우지 말고 뼈, 관절 등 섬세한 부위에 대한 고난도 수술이 많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의 정상화에 신경을 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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