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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종원장 칼럼 - <진료할수록 적자 응급실, 운영 자체가 손해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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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3 13:26 조회12,4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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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응급 외상센터장에게 병원장이 한 욕설이 언론에 오르내렸었습니다. “때려쳐! 인간 같지도 않은!” 교통사고를 당해 구급차로 실려 온 환자를 곧바로 헬기에 태우고 수액을 주사하며 응급 외상센터로 이송합니다. 겉보기에는 큰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골반이 골절돼 내부에서 심각한 출혈이 발생하고 있었고 이송 덕분에 늦지 않게 출혈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출동에 이동 중 응급처치도 가능한 그 닥터헬기는 첫 운항을 시작한 두 달 동안 27번 출동, 상황이 종료돼 다시 돌아온 2번을 제외한 25번의 응급상황에서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환자를 살렸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생명을 구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상센터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어렵게 정부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병원에서는 충원 규모를 67명에서 36명으로 반으로 줄였습니다. 또 응급 외상센터에 1년 중 한 달이나 빈 병실을 배정해주지 않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영웅적인 응급 외상센터장에게 왜 병원장은 욕을 했을까요? 그 의미를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 외상센터는 진료하고 수술하는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천문학적인 적자가 쌓이고, 또한 닥터헬기가 뜨면 뜰수록 추락 위험은 더 늘어나고, 그 보상 및 손실은 병원 책임이라는 겁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병원이 아닌 운영을 위해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병원은 진료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의 응급실 수가체계에서 응급 외상센터장을 예쁘게 보는 병원장은 없을 것입니다. 응급환자들이 밀려들어 응급 외상센터 운영이 벅찬데도 병원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하지 않는 이유가 투자 대비 산출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응급진료는 일반진료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수익은 똑같거나 오히려 삭감을 당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선 응급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개선하려면 일반진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응급진료의 원가 보전율을 높여 병원이 적극적으로 응급실에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 해소도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응급실 환자 집중 문제는 적절한 응급 의료기관이 없고, 여기에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정서가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응급실 본연의 업무인 중증 응급환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말이나 휴일, 야간에 경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응급 의료기관을 적절히 배치하는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해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응급실 근무자 충원과 함께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기본적으로 청원경찰 정도의 안전성 확보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높여 1, 2차 병원으로 경증환자들을 분류해야 합니다. 대학병원이 경증환자를 받아 진료한 뒤 중소병원으로 돌려보낼 때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회송료를 받는데 이 요금을 대폭 높이는 등 현실화해야 합니다. 진료의뢰서가 없는 상태에서 대형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응급실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우선 걸러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병문안 문화를 살펴보면, 환자 한 명에 3~4명이 달려와 얼굴을 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사위부터 손자까지 밥을 사들고 응급실로 찾아옵니다. 환자 한 명당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가도록 하는 등 병문안 문화를 개선해야 다양한 감염 위험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 간병은 병원에서 환자를 간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은데, 입원료를 적절히 높이는 대신 간호사들이 간병까지 맡아 주는 포괄 간호서비스를 확대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바빠진 응급의료센터 의료진들에게 무한한 격려와 사랑을 보내며 하루속히 그 응분의 보상을 받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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